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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66 호 AI 시대, 규정 없는 강의실

  • 작성일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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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창작부터 사고와 디자인까지, 대학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AI의 사용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업 현장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이 급속도로 보편화함에 따라, 이를 부정행위로 판단하고 제재하는 명확한 학내 기준이 부재해 교수와 학생 간의 갈등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모 대학 공학부의 한 전공과목에서 수강생 62명 중 절반이 넘는 36명이 과제에 AI를 활용한 사실이 적발되어 0점 처리 및 학점 감점 등의 성적 불이익 처분을 받았다. 이에 해당 학과 학생회는 판별 기준의 불명확성을 지적하며 담당 교수에게 항의문을 제출하였으나, 교수는 공지를 통해 '해당 사건은 처분된 학생 본인이 부정행위를 시인한 경우'라며 반박했다. AI를 활용한 과제의 제출과 이에 따른 부정행위 논란은 이제 일부 학생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 대학 사회 전체가 직면한 보편적인 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 AI 표절 검사 결과 (사진: 박찬웅 기자)


  실제로 AI 표절 검사 전문 기업 무하유는 지난 2024년 GPT킬러로 총 173만 7366건의 문서를 검사한 결과 검사 문서의 55.9%가 챗GPT를 활용해 작성된 것으로 감지됐다고 밝혔으며, 그중 대학 과제물이 70%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즉, AI가 대학 과제 평가 시스템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판별 기준의 공정성은?


  이러한 상황의 문제는 'AI 활용 여부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판별 기준의 공정성이다. 대학 수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GPT 킬러'를 비롯한 AI 탐지 프로그램의 기술적 한계는 공정성 문제를 가열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AI 탐지 솔루션은 문장의 패턴이나 단어 선택의 연속성 등을 기반으로 AI 활용 여부를 판단하는데, 전문적인 학술 용어나 논증 구조가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는 대학 전공 과제물의 경우 정직하게 작성된 문장마저 'AI 작성'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날의 검이 된 과제 속 AI


  생성형 AI는 과제 수행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자료 탐색과 초안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고,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검토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학습 효율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어 장벽으로 자료 이해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에게는 AI가 학습 접근성을 넓혀주는 보조 도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중앙대학교 철학과 4학년 박형배 학생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보 수집과 재가공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고, 과제 제출 전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교육 연구 기관에서는 AI 도구가 단기적으로 과제 수행을 도와주지만, 이후 학생이 스스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순간에는 그 효과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여러 조사에서 AI를 상시적으로 사용한 학생일수록 기억력과 인지적 몰입도, 비판적 분석 능력, 창의적 자신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결과가 같은 행위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AI를 자료 검색이나 아이디어 정리 수준에서 활용하면 학습을 보완하는 도구가 되지만, 결과물을 그대로 옮겨 담으면 학습 과정 자체를 건너뛰는 부정행위로 이어진다. 그러나 두 경우를 구분할 뚜렷한 기준이 현재로선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반복해서 적발되고 있지만, 이를 걸러낼 명확한 대응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방송 보도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나왔다.


교육부·연구재단이 그리는 AI 활용 기준


▲ AI를 활용한 과제물 (사진: gemini)


  이런 혼란 속에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2월 27일 간담회를 열고 '대학 인공지능(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 시안을 처음 공개했다.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이끈 고려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학문적 진실성, 인간 중심성과 책임성, 투명성과 신뢰성, 공정성, 정보 보호 및 보안을 5대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고, 이를 세분화한 12개 세부 원칙을 함께 소개했다.


  시안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표기'에 있다. 강의계획서에 AI의 활용 범위와 목적, 표절 및 부정행위의 정의와 처리 기준, 수업에서 허용되는 AI 목록, 결과 도출 방법 등을 미리 명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학생이 과제에 AI를 사용했다면 출처와 참고 문헌을 기록하고, AI 활용 과정·방법·기여도를 담은 이른바 'AI 활용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중간·기말고사와 관련해서는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오프라인 시험을 권장하고, 온라인 시험을 치를 경우 제출 답안에 대한 인터뷰 등 검증 절차를 함께 진행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보완한 뒤 확정안을 각 대학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학 AI 활용 윤리 5대 원칙 (사진: https://www.kyobit.com/news/articleView.html?idxno=4341)


  이러한 방향은 연구 영역에서 먼저 자리 잡은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6월 「대학 연구자를 위한 생성형 AI 연구윤리 가이드」를 발간해, 연구 전 과정에서 생성형 AI 활용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연구윤리 문제를 예방하고 연구자의 책임 있는 연구 수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는 생성형 AI가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없으며 저작권도 가질 수 없다는 점, AI 활용 사실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 AI 활용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 연구자에게 있다는 점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AI가 도출한 텍스트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연구자가 검토해 자신의 표현으로 재정리할 것, 어떤 AI 도구를 어떤 버전과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등을 실천 지침으로 담았다. 교육부의 강의실 가이드라인과 연구재단의 연구윤리 가이드는 결국 '사용 여부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내 AI 정책이 교육과 연구 두 영역에서 동시에 투명성·책임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발보다 기준이 먼저다.


  AI 사용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가려내겠다는 접근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학가에서 AI 판별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정확도 문제로 실효성 논란이 반복됐다. 실제로 밴더빌트대학교는 2023년 8월 Turnitin의 AI 판별 기능을 도입 넉 달 만에 전면 비활성화했는데, 이 도구가 제시한 위양성률 1%라는 수치를 그대로 적용해도 연간 7만 5천 건에 달하는 학교 제출 논문 중 수백 건이 AI 작성물로 잘못 분류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적발 기술로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어렵다면, 논의의 초점은 '걸러내는 방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로 옮겨가야 한다. 교육부 가이드라인 시안이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범위와 목적을 명시하도록 하고, AI 활용 보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처벌 대상을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어디까지 AI를 써도 되고 어떤 방식으로 표기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두는 것이 공정성 논란을 줄이는 더 현실적인 길이다. 규정 없는 강의실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감시 장치가 아니라, 학생과 교수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활용 기준이다.


박찬웅 기자, 김건우 기자